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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9 애플을 배워야 하는 이유...

애플을 배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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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 이슈. 트렌드

지난 2월 21일자 포천 (Fortune) 잡지에는 애플이 최근에 거두고 있는 성공과 이를 가능케 한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한 또 하나의 기사가 실렸다. 필자가 “또 하나의 기사” 라고 표현한 것에서 짐작했겠지만, 솔직히 요즘 아이튠스와 애플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나와서 조금은 식상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기사의 한쪽 여백에 크게 인용되어 있던, 전(前)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장 네이썬 머볼드 (Nathan Myhrvold) 가 애플 아이튠스 서비스에 대해 언급했던 말이 너무도 의미 심장하게 다가왔던 게 그 한가지 이유였다.  

“음악,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이용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모두 합친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전통적 의미의 전자제품 회사들은 거의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온 것만큼이나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바로 그 트렌드로 인해서 소니나 삼성같은 거대 가전 회사들은 긴장해야 된다는 소리다.  

위의 문장은 필자도 잠시동안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위의 문장이 시사하는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를 현재 먹여살리고 있는 회사들이 바로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전자 회사들”이 아니던가? (심지어 어떤 전자 회사의 경우에는 필자도 먹여 살리고 있는 중이다.)  

애플: 과연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가?  

그만큼 애플의 아이튠스와 아이포드 비즈니스는 하나의 흥미로운 사회적 관심거리 (Fad) 를 넘어서, 어떤 트렌드를 시사해줄 정도로 무시못하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지만 아이튠스 서비스는 일 130만건 다운로드를 기록중이고, 아이포드 단말기는 작년 4/4분기에만 460만대가 팔렸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포드가 뭐 아무리 많이 팔려봤자 고작 MP3 단말기 아닌가? 그리고 살만한 사람들은 왠만큼 다 하나씩 샀을 텐데...”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해서, 다음과 같은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애플이 이제 아이포드 단말기를 천만대 남짓 판 반면에, 소니의 워크맨은 총 3억 4천만대가 팔렸다. 미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예전처럼 자기 아파트를 꾸밀 때 소니 스테레오 세트를 사지 않고, 대신 아이포드와 BOSE 스피커 시스템을 산다.  

서비스 쪽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음악 온라인 다운로드가 활성화된 미국 시장에서조차 다운로드를 통한 음원 판매는 전체 음반 시장 대비 2%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이 시장이 커진다면 현재 60~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튠스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의 규모 역시 덩달아 커질 확률이 높다.  

아이튠스 서비스의 성공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애플의 하드웨어 (매킨토시 컴퓨터 등) 및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OS X, iLife 등) 역시 전에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비즈니스가 순항하더라도 애플은 여전히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니지 않은가? 애플의 2005년 매출 목표는 130억불, 즉 우리 돈으로 약 12~13조 수준이다. 이는 소니나 삼성전자의 매출 규모인 약 50~60조원에 비교해 보면 20~30% 밖에 안 된다. 삼성전자의 순익이 10조대임을 감안하면 애플의 총 매출은 삼성전자의 순익 정도 규모인 것이다. 적어도 규모 면에서 보면 애플은 소니나 삼성의 당장의 적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애플을 주의깊게 보고 배워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포천 잡지의 글이 그 해답을 주고 있다.  

한 사람의 힘  

기사는 애플이라는 회사 만큼이나 그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애플이라는 꺼져가던 회사를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아이튠스라는 새로운 미디어 트렌드를 탄생시킨 게 다 스티브 잡스라는 뛰어난 리더의 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의 어떤 면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기사의 내용과 그간 알고 있던 지식을 토대로 잡스의 성공 요인을 필자 나름대로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고집과 끈질김이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 한가지 테마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애플이라는 회사를 이끌어 나가면서 스티브 잡스가 고집스럽게도 초점을 맞추는 분야는, 하이테크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포장된 박스를 여는 순간 제품의 직관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경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애플의 핵심 역량은 바로 이러한 “놀랍고도 (surprise) 기쁜 (delight)” 고객 경험의 창출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때로 비판을 받아 가면서까지 이러한 고객 경험의 창출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건 쉬운 일 같아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항상 기업가에게는 “현재 우리 회사의 체질에 그다지 맞진 않지만 더 좋아보이는” 기회들이 눈에 보일 테고, 이를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긴,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에 운동화, 짙은색 터틀넥이라는 패션 코드까지도 수십년을 고집할 정도로, 원래부터 고집이 센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스티브 잡스가 한가지에 집착하는 외곬수라면 왜 픽사 (Pixar) 라는, 애플과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애니메이션 영화 회사의 CEO 까지 겸하고 있는지를 물어볼 지도 모르겠다. 아마 픽사의 연봉까지 받으려는 돈 욕심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 본인의 변명(?)은 무엇일까? 그는 실은 픽사와 애플이 완전히 관계없는 회사는 아니라고 항명(?) 하면서, 다음의 한 마디를 제시한다. “픽사는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창의적 회사이고, 애플은 가장 창의성이 뛰어난 기술 회사이다.” 이 사람, 정말 얄미울 정도로 말을 잘 한다.  

옛날에는 두리뭉실한 사람과 기업이 성공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혹시 독자 개인 또는 독자가 속한 조직은 지금 모든 걸 다 잘하려 하지 않는가? 독자가 지금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갈 때 이력서를 쓰려고 한다면, 독자를 전문인으로 포지셔닝 할 수 있는, 독자가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한두가지는 무엇인가? 독자의 회사는 애플 만큼이나 선명한 색채를 띄고 있고, 그 색깔로 인해서 다른 회사와 명확히 구분되고 있는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뛰어난 전략  

두번째는 뛰어난 전략을 펼치고 승부수를 던질 줄 안다는 점이다. 1997년에 Next가 인수되면서 애플의 CEO로 (정확히는 인터림(interim) CEO로) 복귀한 잡스는 1998년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과 아이맥의 출시로 “역시 스티브 잡스” 라는 평가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이란, 애플이 컴퓨터로써 최소한의 경쟁력 갖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어플리케이션 (윈도우즈 익스플로러와 오피스 등) 의 매킨토시용 버전이 반드시 개런티 되어야 했으며, 이를 안 잡스는 MS 로부터 매킨토시용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을 개런티 받는 동시에 1억 5천만불어치의 애플사 지분을 MS 에 판매하는 딜을 맺었던 것을 말한다. MS 가 이때 샀던 애플 지분은 7배나 올라서 지금은 10억불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은, 빌 게이츠와 아웅다웅 설전을 펼치던 스티브 잡스에게 상당히 하기 싫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에 필요한 일이었기에 잡스는 빌 게이츠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딜을 성사 시켰다. 이러한 MS 와의 딜은 뒤이어 출시된 아이맥 (iMac)의 성공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암만 아이맥이 예쁘더라도 MS 오피스가 옛날 버전밖에 지원이 안 된다면 누가 아이맥을 샀겠는가?  

이처럼 97년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98년부터 아이맥의 대 히트라는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98년의 성공은 사실 “시간을 벌기 위한” 단기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정작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고 나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개선을 추진했던 가장 큰 줄기는 “소프트웨어” 였다고 기사는 적고 있다. 이러한 잡스의 노력은 유닉스 기반의 안정적인 OS 인 애플 OS X과, 매킨토시를 사는 순간부터 평범한 유저를 멀티미디어 전문가로 만들어 주는 iLife 스위트 (여기에는 iTunes도 포함된다) 로 결실을 보게 된다.  

즉, 잡스가 진짜 중장기적인 야심작으로 노렸던 건 아이맥의 누드 디자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였던 것이다. 아주 탄탄한 OS 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강력한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돌림으로써, 매킨토시를 PC와 완전히 차별화 시키려 했던 게 잡스가 애플을 끌고 가려는 전략적 “복안” 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결실이 나타난 것은 2001년 이후의 일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더군다나 OS 같은 프로젝트는 더더욱이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큰 기대를 받으며 CEO로 부임한 사람이 갑자기 우리 회사는 한 3년동안 소프트웨어 정비에 신경을 쓸테니 잠시만 우리를 잊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장기적인 성공의 그림을 짜는 동시에 단기적인 성공도 이루어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벌이용” 단기적 성공이 필요했고, 이게 바로 오색 찬란한 아이맥 컴퓨터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전세계적으로 소위 “누드 디자인”을 유행시켰던 아이맥을 보면서 “거봐, 역시 스티브 잡스야” 라며 잡스를 칭찬했던 사람들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낄 정도다. 그렇다. 실은 시간벌이용 카드였던 아이맥을 보면서, 그게 스티브 잡스의 비장의 카드라고 생각했던 당신 역시 스티브 잡스라는 뛰어난 배우에게 속은 것이다. 아이맥은 디자인이 아주 예뻤던 과도기적 제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  

결국 어떤 회사든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한 명에 의해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애플의 성공이고, 애플의 성공은 애플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이룩한 결과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피플 & 컬쳐  

아이튠스의 성공을 이끌어낸 사람 중의 하나가 제프 로빈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를 “미스터 아이튠스” 라고 부른다.  

그는 원래 애플에 있다가 회사를 나가서, MBA를 따고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다. 제프 로빈이 창업한 회사는 사운드스텝 (SoundStep) 이라는 회사로써, 사운드잼 (SoundJam) 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던 중이었다. 사운드잼 소프트웨어는 아직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지만 잡스는 제프 로빈의 회사를 사들였다. 가장 큰 이유는 제프 로빈이 애플에 있을 때 뛰어난 인재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13개월 뒤, 제프 로빈은 아이튠스를 만들어 내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괴짜라고 알려져 있고 사람간의 관계가 원만하지만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처럼 필요할 때는 사람을 보고 회사를 살 줄 아는 것도 그가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인 듯하다.  

이처럼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고 그를 조직으로 이끌어 오는 일도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겠지만, 그가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들도록 하는 열린 조직문화 역시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애플의 조직 문화는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분명 대부분의 우리나라 회사들보다 훨씬 열려 있고 재미있다.  

반바지와 대학노트  

필자는 애플 본사에 몇 번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어떤 목적 때문에 갔었는지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컨피덴셜이므로 본고에서 밝히지는 않겠다.  

애플과의 미팅은 추진하는 단계에서부터 놀라움을 주었다. 미팅 스케줄에 대해서 실무자와 이야기를 한창 하던 중, 그 실무자가 사안이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지 “By the way, do you think Steve should be coming to the meeting this time?”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Steve..who?” 라는, “가장 바보같은 대답”을 하고 말았고 (그 순간에는 정말 스티브가 누굴 말하는 지 잠시 몰랐던 것 같다), 결국 그 “스티브”가 미팅에 오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러한 대화가 오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기업 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한다. 더우기 이쪽편에서 전화를 거는 사람은 한낮 실무자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실리콘 밸리의 비교적 남쪽에 속하는 쿠퍼티노에 소재한 애플 본사는 MS, 시스코, 썬 등의 본사처럼 여러 개 건물의 “캠퍼스” 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미팅을 준비하러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렀는데, 거기에는 애플 직원으로 추정되는(?) 젊은 사람들이 파워북을 펼쳐놓고 무언가에 열중한 채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간혹 눈에 띄었다.  

“옷”에 대한 작은 에피소드  

예전에 애플 사람들과 IBM 사람들이 서로의 드레스 코드에 맞추어 옷을 입고 나가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낸 결과 자연스러운 ice-breaking이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은적이 있는지라, (즉 애플 사람들은 모두 양복을 입고 IBM 사람들은 모두 캐주얼을 입었던 것이다) 일부러 애플의 드레스 코드에 너무 맞추어 캐주얼한 옷을 입고 가는 것도 우스우리라고 생각해서, 필자는 나름대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었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더 캐주얼한 드레스 코드에 적지 않이 놀랐다. 긴 머리와 대학 노트에 반바지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 - “게임 개발자 패션” 이라 불릴 만한 - 도 꽤 많았다. 만일 한국식으로 드레스업을 했으면 큰일날뻔 했다 싶었다. 혹시라도 미국 서부 실리콘 밸리에 있는 회사와 현지에서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면,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에 따라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너무 한국식으로 완전히 드레스업 하지는 않을 것을 추천 드린다. 그렇다고 반바지에 티셔츠도 적절치는 않겠지만.  

방문자 센터 (Visitor center) 에는 그때 출시되었던 아이포드 미니 (Mini) 에 대한 홍보 포스터가 거의 월드컵때 애국가가 울릴때 우리 관중들이 들고 있었던 태극기 만한 크기로 천정에 걸려 있었고, 옆 건물에는 애플의 각종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 스토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애플이 생산하는 각종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제품 외에도 애플 자체의 브랜드에 대한 재미있는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역시 브랜드 관리 하나는 철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문서 정리를 안 할까?  

필자의 한정된 경험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지만, 애플 사람들과 회의를 하면서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다른 일반적인 회사들보다 문서 정리가 의외로 잘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통의 회사들은 회사대 회사간의 공식적인 미팅을 가질 때, 각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부터 제안 내용에 이르기까지 서로 준비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빔 프로젝터로 비추면서 진행을 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와 회의했던 애플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관여된 핵심 멤버들끼리 회의실에 모여서 화이트보드에 열심히 의견을 개진하고, 그걸 통해 결론을 그 자리에서 도출하는 스타일이었다. 도출된 결론이 누군가에 의해 회의록으로 정리되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공유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어떤 자료를 요청하면 약간 난감해 하며 “그런 자료는 따로 없고 내 머리속에 다 들어있는데...” 라는 식일 때가 많다.  

다만, 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은 그 회의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의 머리 속에 상당히 또렷하게 박혀 있는데, 그 이유는 모두가 회의에 상당히 액티브하고 강도높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안에 관계된 사람들은 대부분 회의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 회의를 통해 속된말로 “쫑을 본다.” 그리고 각자의 일을 스피드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방식이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의 문서화가 주는 장점은 상당히 많으며, 때때로 글로 씌여진 커뮤니케이션 (written communication) 이 말로만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 3자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려면 문서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문서로 남지 않은 지식은 종업원이 떠나면 회사에 머물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보고 자료의 홍수 속에서 실제 일처리가 상당히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게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다. 더우기 심지어 보고 체계가 몇 단계를 거치는 경우, 각각의 사람들에게 따로따로 보고 자료를 준비하기까지 한다. 이 얼마나 낭비인가.  

조직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실제 일을 추진하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끼리 짧은 시간동안의 회의를 통해서 결론을 도출하고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보고자료와 문서작성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보고자료와 문서를 쓰는 시간은 고스란히 실제 일을 하기 위한 시간에서 빼앗겨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나 우리나라의 전통적 대기업들은 애플의 스피디한 조직 문화를 조금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다시한번, 아이튠스는 약 1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개발되었다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Work should be fun  

사실 사람 사는 데에 갈등과 반목 없는데가 어디가 있으랴만은, 적어도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짐작해 보건대 애플에서 일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듯하다.  

Fortune 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포드와 아이튠스의 성공이 애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잡스는 “일이 더 즐거워졌다” 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아이튠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회사가는 시간을 기다리지조차 못할 정도로 자기 일을 즐긴다는 것이다. 필자가 만났던 애플 사람들 역시 삶에 찌든 표정들은 아니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비즈니스 잡지인 “Fast Company” 의 최근호에서는, 창조성(Creativity)에 대해 회사들이 갖는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사람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보다 창의적이 된다고 믿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 믿음 때문에 회사들은 사원들을 모아놓고 앞으로 이틀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거나 밤을 새서라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다그친다.  

아마 이렇게 다그치는 분들은 어렸을 때 “맥가이버”를 많이 보신 분들인가보다. 적의 창고에 갇힌 절박한 순간에 기지와 창의력을 발휘해 내곤 하는 맥가이버처럼 (그런데 왜 맥가이버의 적들은 맥가이버를 꼭 창고에 가둘까?), 직원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사람이 정말로 창의적이 되는 순간은 외부적인 압력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가 즐기는 일에 푹 빠져 있을 때다. 그런 면에서 매리엇 호텔이 한때 광고에서 사용했던 캐치프레이즈인 “당신이 편안하다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 라는 말은 다분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회사 가는 일이 기대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은 재밌어야 한다. “절박한 순간의 창의성”에 너무 큰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  

우리가 애플을 보고 배워야 하는 이유  

이상으로 애플을 이끌어 가는 스티브 잡스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 세 가지를 필자의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를 토대로 살펴 보았다.  

살펴본 세 가지를 다시 정리해 본다면, △자기가 믿는 것에 대해 확고한 고집과 끈질김을 가지고 밀어 붙이되, △무조건 밀어만 붙이는 게 아니라 용의주도하게 뛰어난 전략을 세울 줄도 알아야 하며, 또한 △재미있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글의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비록 애플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회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가 애플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Fortune의 기사 말미에는 스티브 잡스가 프로그래머도, 디자이너도, MBA도 아니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각각의 영역 (즉 소프트웨어, 미적 감각, 기업 경영) 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스티브 잡스는 그러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맨’에 가깝다.  

이러한 르네상스 맨 한 사람의 움직임이 애플이라는 큰 회사의 주가를 좌지우지 한다. 잡스가 암 선고를 받고,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애플 주가는 한차례 출렁거렸다. 이를 두고 애플이 아직도 잡스 한 사람에 기대는 회사라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잡스라고 하는 뛰어난 “한 사람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 독자 역시 우리나라 사회가 중시하는 MBA나 박사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혹은 프로그래밍같은 뛰어난 전문가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할 지라도, 독자에게는 충분히 기회가 있다.  

당신이 가장 확신을 가진 일에 고집과 끈기를 가지고 매달리고, 뛰어난 전략을 창출해 나가며, 또한 당신을 팬으로 삼고 재미있게 (그러나 창조적으로) 일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갖고 있다면, 당신도 스티브 잡스같은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당신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경탄과 흥분과 기대를 자아내는 회사를 이끌어 가는 르네상스 맨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애플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한 사람의 힘”이 바로 당신을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믿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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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개인적으로는 21세기말쯤되면, MS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엘지전자와 삼성전자를 하청업체로 만들어버릴지 모른다는

예견이 들게하는 회사다.

애플은 이미 절박한 상황에서의 창의성이라는 허울좋고, 그야말로

절박하고, 죽음을 눈앞에둔 맥가이버의 환상을 벗어났는데,

우리의 삼성, 엘지는 이제, 그리고 아직도 맥가이버에게 의존하고 있다. ㅡㅡ;

우리는 꼭 애플같은 회사보다 뒤에 있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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